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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연금 고갈 우려’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경제성장률이 0.3%까지 하락하는 등 성장 엔진이 서서히 멈춰가는 상황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이 2057년 완전히 고갈돼 국가 재정이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23일 발간한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1270조4000억원에서 2072년 7303조6000억원으로 약 5.7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7.8%에서 2072년 173%로 증가한다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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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정책처는 특히 미래 재정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는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세부 분석했습니다. 이 역시 인구 구조상 특정 시점에서 정점에 이른 뒤 점차 고갈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국민연금기금의 경우 누적 적립금이 2039년 1936조9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0년부터 적자 전환, 2057년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 공무원연금관리공단홈페이지 습니다. 사학연금기금 적립금은 2028년 적자로 전환 이후 2042년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같은 예측은 은퇴 후 노후 생활에 대한 국민적 불안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연금이 노후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개인 차원의 대비 필요성 역시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비단 한국에만 국한되는 문제는 아닙니 2009년4월6일 다. 이미 한국보다 먼저 국민들이 노후 보장을 위해 개인적으로 대비하고 있는 국가들이 있습니다.
인도가 대표적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를 그만 둔 인도의 40대 여성 데오라는 성인이 된 후 대부분의 시간을 재봉사 또는 식당 점원으로 일하면서 보냈습니다. 수입이 많지 않아 생계가 빠듯하지만 데오라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관심사는 바로 한국씨티 ‘금’입니다. 그의 집 곳곳에 마련된 비밀 장소에는 목걸이부터 머리띠, 팔찌, 반지 등 다양한 금 장신구가 숨겨져있습니다.
이들 장신구 대부분은 데오라가 틈틈이 모은 돈으로 조금씩 사거나 그의 어머니가 결혼식 때 받은 선물들을 물려받은 것입니다. 인도에서 신부의 가족은 결혼 전 신부에게 금을 선물합니다. 결혼을 앞둔 부부에게 금은 미래와 제2금융권대출이자율 번영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데오라의 어머니 역시 가난했지만 자식들의 미래를 위해 금 장신구를 물려줬습니다.
데오라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고 지난 수십년에 걸쳐 조금씩 사들인 금 장신구는 본인을 꾸미기 위한 용도가 아닙니다. 자신의 은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금까지 일하면서 벌어온 돈 대부분을 금 장신구를 사들이는 데 쏟아부은 것입니다. 조금 더 금전적 여유가 있는 인도인들도 금을 모으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다음 세대에게 조금이라도 더 안정된 생활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는 ‘금의 대물림’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인도 서북부 도시 암리차르에 위치한 한 보석상점에서 점원이 금목걸이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AFP 연합뉴스]



이 같은 인도 내 ‘금 쇼핑’ 움직임은 지난 수년 사이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전체 인도 가정의 금 보유량은 2만5000t인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미국 재무부가 관리하는 금 보유고인 포트 녹스 보유량의 약 5배에 달하는 양입니다. 대부분 인도 농촌 지역에 숨겨져 있는 해당 금 보유량 가치는 2조달러(약 2877조원) 이상으로, 사실상 지구상에서 가장 큰 개인 금 보유고와 같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인도의 ‘금 사랑’의 기원은 수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정부 차원의 공식적인 은퇴 지원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인도에서 금은 단순 장신구에 그치지 않고 건강보험·사회보장·자녀들을 위한 유산 등 ‘생존 자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인도 인구 14억명 중 약 7300만명만이 공식 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나머지 약 13억명의 인도 시민들은 은퇴 후 살아남기 위한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금을 비롯한 다양한 투자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마다바드에 위치한 연구 그룹인 ‘인도 금 정책센터’에 따르면 인도 내 모든 계층의 시민들은 자기 소득의 20%를 금 투자 등에 지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가난한 도시 빈민가 출신들조차 여분의 돈을 모아 가능할 때마다 금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청소부로 일하다 은퇴한 한 인도 시민은 “인도에서는 모두가 금을 사들이는 데 혈안이 돼있다”며 “금이 바로 우리의 노후를 책임질 안전망”이라고 블룸버그에 전했습니다.
특히 지역별로 빈부 격차가 심한 인도에서 농촌 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경우 뮤추얼펀드나 기타 투자 상품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를 실제로 소유한 사람은 전무한 수준입니다. 대신 이들은 자신의 노후를 지역 보석상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당장 금을 팔 계획이 없어도 ‘필요할 때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금을 모으는 것입니다.
이 같은 수요에 따라 인도의 거의 모든 도시와 마을에는 금을 가공하거나 사고파는 장인들이 중심이 되는 보석시장이 있습니다. 인도 라자스탄에 위치한 도시 조드푸르에는 ‘수나로 카 바스(금 세공인 거주지)’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금 원석을 화려하고 정교한 보석으로 가공하는 기술이 세대에서 세대로 전수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도인들은 수십년 동안 보석상과 좋은 관계를 유지합니다. 이들과 가깝게 지내면 신뢰할 만한 투자 조언을 받을 수 있고,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을 때도 할부로 금을 살 수 있는 혜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부 보석상들은 자신과만 거래하는 단골 소비자들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부모부터 손주까지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지는 가족과 보석상 간 관계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해야 서로 상부상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금협회(WGC)의 인도 대표인 사친 자인은 “인도인들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며 “인도 농촌에는 은퇴 후 누군가가 자신에게 돈을 지급해 줄 것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