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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갈 벌컥 것 알고는 포기해야겠군. 안고령화는 심화하고, 젊은이는 떠나며, 마을은 비어갑니다. 요즈음 농촌 풍경입니다. 정말 피할 수 없는 흐름일까요? 여기 '읍면자치'를 통해 보다 나은 마을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중한 시도를 조명합니다. 더 많은 기사는 <월간 옥이네> 6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자말>
[월간 옥이네]









▲  일본 아치무라 방문자 안내센터 '쯔보야'. 오래된 민가를 활용한 공간이다.


ⓒ 메타바이오메드 주식
월간 옥이네




앞서 오카니와 전 촌장을 통해 들은 아치무라의 자치 활동(해당 기사 보기)은 단순한 행정 사업을 넘어 주민이 주체가 돼 마을의 삶과 자치를 구성해가는 실천의 현장이었다. 이번에는 그 실천의 구체적 사례로 '전촌박물관 구상(全村博物館 構想)'의증권거래소개장시간
일환인 방문자 안내센터를 찾았다.

아치무라 전촌박물관 구상은 마을 전체를 하나의 박물관으로 바라보며 일상과 기억, 자연과 문화를 함께 전시하고 살아내는 '삶의 박물관'을 지향한다. 오래된 민가를 활용한 방문자센터 '쯔보야(つぼや)'가 어떻게 주민과 연결된 자치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박물관을 짓는' 것주식포털사이트
이 아닌 '박물관으로 살아가는' 마을의 면면을 들여다보자.
구상이 아닌 실천으로 움직이는 마을
아치무라의 '전촌박물관'은 2000년대 초반부터 꾸준히 실현돼 온 마을 만들기 비전이다. 이 구상은 "박물관이란 이름을 특정 공간이나 시설에 한정하지 않고, 마을 전체를 살아있는 문화공간으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출발한다. 오카니단타노하우
와 전 촌장은 이를 "지역의 모든 것이 박물관이자 학교이며, 마을 발전의 실험장이 되는 구상"이라 표현한다.
그 시작은 지역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러나 곧 관광·종교·교육·문화의 경계를 넘는 활동으로 확대됐다. 문화재 보존에 그치지 않고,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삶을 전시하고 설명하며 배우는 과정 자체가 박물관이 되는 것금투자
이다. 다시 말해 이는 단일 시설이 아니라 주민의 생활과 자치가 중첩된 열린 구조의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만들기(つくり)'가 아닌 '구상(構想)'이라는 단어 선택이다. '만들기'라는 표현은 자칫 형태나 시설 중심의 사고로 흐르기 쉽다. 어떤 박물관을 '지을 것인가'에 집중하게 되면, 자치의 다양성과 과정의 가치는 축소될 수 있다. 반면 '구상'은 끊임없이 질문하고 상상하며, 주민 각자의 다양한 생각과 제안을 실천으로 연결해나가려는 열린 구조를 지향한다. 이것이야말로 주민자치와 맞닿아 있는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은 각 마을의 역사와 자연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외부 교류를 통해 자신이 살아가는 마을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만든다. 그 과정 속에서 주민들은 지역에 산다는 자부심을 확인하고 일상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오카니와 전 촌장은 "주민의 자발적인, 지역에 뿌리 내린 활동이야말로 전촌박물관 구상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기대하는 지역주권은 국가의 역할 위에서 자율과 자립을 실현하는 것. 전촌박물관은 그런 주권의 실험장이자 주민자치의 학교입니다."

빈집에서 시작된 마을의 전환










▲  오오이시 마키코 사무국장이 코마바 거리를 비롯한 아치무라의 옛 풍경을 소개하고 있다.


ⓒ 월간 옥이네




'전촌박물관 구상'은 마을 전체를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상상하는 구상이지만, 그 실천은 아주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공간에서 이뤄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코마바 상점가에 자리한 '방문자 안내센터(쯔보야)'다. 이 공간은 20년 넘게 방치돼 있던 고민가(古民家, 오래된 민가)를 전촌박물관협회가 임대해 리모델링한 것이다.

코마바 거리는 한때 300m 남짓 상점가가 빼곡히 이어졌던 지역이다. 1930년대 양잠 산업이 활발하던 시절 "코마바에 가면 없는 게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번화했다. 그러나 1970년대 우회도로 개설로 상권은 급격히 쇠퇴했고, 고령화와 함께 빈집 문제가 마을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보존 상태가 양호했던 한 채의 고민가를 중심으로, 주민들은 다시 마을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문자센터로 탈바꿈한 이 공간에서는 매듭공예 '미즈히키(結び紐)' 만들기 체험, 향토음식 체험, 오평떡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열린다. 특히 오평떡 만들기는 과거 도시락 대신 챙기던 전통 떡 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로그램으로, 2024년에만 100건 이상의 참여가 이어질 만큼 호응을 얻었다. 오카니와 전 촌장은 이러한 활동이 단순한 '문화재 활용'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말한다.
"고민가 같은 공간도 보통 관광자원 정도로만 활용되지만, 사실 이 자체가 주민 생활과 깊이 연결돼있지요. 중요한 건 주민들 스스로 토론하고 어떻게 활용할지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 속에서 주민의 자기 결정과 자치가 자라납니다."
전촌박물관 구상, 시설보다 관계 중심의 행정
오카니와 전 촌장의 설명대로 아치무라는 이 활동을 단순한 '관광자원화'가 아닌, 주민자치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이 구상이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선 공간이나 시설보다 '주민과의 관계'를 중심에 놓는 행정 구조가 필수. 아치무라 행정조직 내 '협동활동추진과'는 단순한 사업 부서가 아니라 주민과의 협력을 통해 마을 전체를 박물관으로 만들어 가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전촌박물관협회 사무국장이자 협동활동추진과의 주무관을 겸임하는 오오이시 마키코씨는 "이런 활동을 건설과 같은 시설 부서가 아니라 주민과 가장 가까운 부서가 주도해야 한다"며 협동활동추진과의 존재 이유를 강조했다.
방문자센터의 운영 주체 역시 행정이 아닌 전촌박물관협회다. 약 60명의 회원이 연 1만 엔의 회비를 내고 협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공간 월 임대료 1만 8000엔은 협회가 받는 위탁비(지난해 200만 엔, 올해 300만 엔)에서 충당한다. 2024년 기준 이 공간을 찾은 방문객은 약 3000명에 달한다. 주민의 자율성과 행정의 뒷받침 속에서 마을이 스스로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오카니와 전 촌장은 이러한 운영 구조를 '반관반민(半官半民)'이라 표현한다. "자치의 주체는 주민이며 행정은 지원자이자 파트너"라는 설명도 빼놓지 않는다.

행정과 주민 사이에서: 오오이시 사무국장의 18년










▲  오오이시 아치무라 방문자 안내센터 '쯔보야' 사무국장.


ⓒ 월간 옥이네




협동활동추진과의 오오이시 마키코 사무국장은 도쿄 출신이다. 대학 시절 지진 재해 관련 연구를 하던 중 농촌 자치에 관심을 갖게 됐고, 나고야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지도교수의 소개로 아치무라에 발을 디뎠다. 이후 공민관을 거쳐 현재는 협동활동추진과에서 일하고 있다. 그 사이 주민들과 함께 식당을 열고 평화를 주제로 한 연극을 기획하기도 했다. 모두 마을 기반의 자치 활동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주민자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지만 주민들과 함께 활동을 만들며 점차 그 의미를 체감하게 됐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전촌박물관 구상을 바탕으로 젠더 이슈 등 새로운 주제의 활동을 기획하며 자치의 외연을 확장해가는 중이다.
"공무원으로서 마을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주민들 덕분에 지금까지 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가 몸담고 있는 행정의 현실은 이와 같은 자치 흐름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오이시씨 개인의 실천과 달리, 공무원과 마을 사이 거리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현재 아치무라 공무원 100명 중 약 30~40명은 외지에서 출퇴근한다. 그만큼 지역과의 정서적 연결이 약화되고 있다는 게 오오이시씨의 설명. 지역을 이해하기 위한 노동조합 활동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오오이시씨는 "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아치무라가 아닌 지역에 사는 직원은 3명 정도였다"며 "예전엔 노동조합이 주민의 삶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게 당연했지만, 지금은 그 당연함도 사라졌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공무원도 마을을 함께 만드는 동료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행정과 지역이 점점 멀어지는 지금의 구조에선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특히 외지에서 오는 젊은 공무원일수록 지역에 대한 애착이 약하고, 마을과의 관계를 깊이 맺기 어려운 현실이 있습니다."

주민이 만드는 '살아 있는 박물관'










▲  오평떡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의 소감문과 사진.


ⓒ 월간 옥이네




행정과 지역의 단절이 점점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아치무라는 주민과 행정이 함께 마을의 방향을 모색하는 드문 사례다. 그 중심에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행정 실무자들과 생활 속 자치를 실천하는 주민들이 있다.

아치무라의 전촌박물관 구상은 눈에 보이는 유산을 보존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관계와 기억, 참여의 태도를 다시 세우는 일에 가깝다. 빈집과 문화유산은 그러한 실천이 시작되는 장소가 된다. 행정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중간 지점에서 지원과 실천을 함께 고민하는 동반자다.
'전촌박물관'은 어떤 사업의 형태가 아니라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삶의 과정 그 자체를 가리킨다. 아치무라는 그 과정을 천천히, 자신들의 속도에 맞춰 이어가고 있다.
월간 옥이네 96호글 사진 박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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