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길 선교사가 이끄는 제자들교회 성도들이 최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의 교회에서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국요리 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같은 시기 교회에서 어린이 한글학교 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제자들교회 제공





일본 나리타국제공항에서 북서쪽으로 70㎞쯤 떨어진 가와구치시는 도쿄 외곽 사이타마현에 속해 있다. 공항에서 전철을 타고 도쿄 닛포리역까지 40여 분, 열차로 갈아탄 뒤 25분가량 더 가면 가와구치역에 닿는다. 역사를 나서니 조용한 주택가와 상점가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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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이지만 이곳에서는 매 순간 치열한 영적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30년 넘게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려온 박영길(60·아래 사진) 선교사는 오늘도 그 싸움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일본은 기독교인 비율이 전체 국민의 0.4%(2022년 기준)에 불과하다. 정기적으로 교회에 출동성제약주식
석한다는 응답자는 기독교인의 절반 수준이다. 일본이 ‘선교사의 무덤’으로 불리는 이유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온라인 예배가 확산하면서 교회 출석률은 더 하락하고 있다. 박 선교사는 영적 황무지와 다름없는 일본에서 한 명의 영혼이라도 더 구원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담한 건물 4층에 있는 일본 제자들교회에는 박 선교사가 행한 선교 사온라인바다이야기
역의 모든 게 담겨 있다. 교회에 들어가자 3개 면을 가득 채운 책장이 먼저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박 선교사는 오전 5시 30분이면 새벽예배로 하루를 연다. 저녁 8시에 시작하는 저녁 기도회도 박 선교사의 중요한 일상 중 하나다. 박 선교사는 “복음에 관한 관심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본에서 영적 전쟁이 일상이지만, 하나님이 보내신 자리라는 확신 하나로 버티핸드폰바다이야기
고 있다”고 말한 뒤 미소지었다.


경제학 박사에서 선교사로


박 선교사가 일본에 온 건 1991년이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간사였던 그는 단기선교사 모집에 지원했다. 원래 중국 선교를 꿈꿨지만, 당시 문이 열리지 않아 선택한 선물증거금
곳이 일본이었다.

“원래 1년만 있을 생각이었지만 일본어도 현지 경험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귀국하려니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남기로 했고 아내도 같은 CCC 단기선교사 출신이라 함께 캠퍼스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도쿄 메이지대학에서 경제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후 동경기독신학교에 진학해 신학을 전공했다. “일본인과 외국인을 합쳐 메이지대에서 21번째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어요. 일본에서 박사 학위를 받는 게 드물었던 때였죠. 이렇게 어렵게 학위를 받았지만 제 소명은 학문보다 복음에 있었습니다.” 박 목사는 신학을 마친 뒤 도쿄 다마그리스도교회에서 부목사로 2년 동안 사역한 뒤 2008년 가와구치에 교회를 개척해 본격적인 목회를 시작했다.


복음의 접점을 찾아서


박 선교사의 사역은 예배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2009년부터 ‘어린이 한글학교’를 시작했다. “처음엔 우리 아이들이 한국어를 잊지 않게 하려고 시작했는데 같은 고민을 가진 한인 가정을 비롯해 한일 혼혈 가정, 조선족, 중국인 가정까지 모여들었습니다.” 현재는 매주 25~30명이 출석하고 있는데 학생 대부분은 초등학생으로 한글 교육과 복음을 전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한글학교 출신 중엔 교회 보조교사가 된 이들도 있다. “6년 이상 다닌 학생들에게 중학교 진학할 때 수료증을 주고 보조교사로 세웁니다. 복음의 씨앗이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작은 통로죠.”
또 다른 복음의 창구는 ‘한국 요리 교실’이다. 12년 동안 매달 둘째 주 화요일이 되면 일본인 주부들이 한식을 배우러 교회로 모인다. 요리 교실에선 김치를 비롯해 잡채 김밥 불고기 비빔밥 떡볶이 등 대표적인 한식을 직접 만들고 명절이 되면 전과 갈비찜에도 도전한다.
박 선교사는 “일본인들은 개인주의적이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지만, 요리교실에서는 속내를 털어놓고 친구를 사귀곤 한다”며 “요리 교실은 고립된 일본인들에게 대화와 소통의 창구가 됐다. 몇몇 참석자는 예배에도 참석한다”고 전했다.


다음세대를 위한 비전


박 선교사는 어린이와 청년, 시니어 세대를 위한 사역도 계획하고 있다. 여름·겨울 성경학교, 부모와 함께하는 커뮤니티 활동, 등산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다음세대를 복음으로 세우려는 바람이다. 최근엔 성경통독과 암송대회를 도입해 말씀 중심의 신앙을 사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엔 일본 내 작은 교회를 찾아가 기도운동을 펼치고 시니어 사역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은퇴한 시니어 선교사나 목회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돌보고 장기적으로는 선교센터를 설립해 체계적으로 돕는 사역을 계획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일본 교회와 협력해 현지인 지도자들이 세워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 부분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를 향한 바람도 조심스레 이야기했다. 박 선교사는 “일본 선교를 위해서는 더 많은 기도와 후원이 필요하다”며 “아프리카처럼 눈에 띄는 열매가 없어도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을 뿌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 선교팀과 젊은 사역자들이 와서 함께 기도하고 동역해주길 간절히 기다린다”고 말했다.


일본 기독교의 위기


일본 기독교는 ‘고령화’와 ‘무목(無牧) 교회’의 급증이라는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박 목사는 “교인 평균 나이가 70세를 훌쩍 넘고 목회자가 없는 교회가 어림잡아 1000곳이 넘는다”고 밝혔다. 그는 “신학교도 고령화돼 청년 신학생은 드물고 은퇴 후 신학을 공부하는 분들이 많다”며 “다음세대를 세울 기반이 거의 없는 셈”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선교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렵긴 마찬가지다. 박 선교사는 “일본은 선진국이라 선교가 편할 거란 오해가 많지만, 실제로는 철저히 고립된 곳”이라며 “복음의 열매가 금방 맺히지도 않고 물가가 너무 높아 재정적으로도 늘 빠듯하다”고 말했다.
박 선교사는 “교단의 파송이나 조직적 후원이 없어 아내가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생활비를 보태야 할 정도다. 후원도 거의 개인 채널로 받는 수준”이라며 “외로움과 영적 고갈이 가장 힘든데 함께 기도하고 위로할 동역자가 절실하다”고 털어놨다. 그런데도 박 선교사는 감사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이 보내신 자리에서 오늘도 살아 있음에 감사합니다. 이 땅에 복음의 싹이 트는 그 날까지 기도와 동역을 부탁드립니다.”
가와구치(일본)=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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