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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암전이 걷히고 푸른 빛 핀 조명이 두 남자에게 꽂힌다. 의자에 앉아 모습을 드러낸 이는 ‘미스터트롯3’ 진(眞) 김용빈과 전자 키보드 건반 앞에 앉은 ‘피트맨(피아노 치는 트롯맨)’ 크리스 영(본명 박주영). 김용빈의 검은 의상에 화려하게 수놓은 크리스털이 조명을 받으며 별처럼 빛나자 동 자동차 할부 계산기 갑내기 절친 크리스 영의 손가락이 은하수처럼 건반을 수놓는다. “어쩌다 생각이 나겠지…” 김용빈이 경연 중 1대1 데스매치에서 선보였던 패티김의 ‘이별’을 노래했다.
29일과 30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미스터트롯3 전국투어 콘서트’ 공연 중 ‘진’ 김용빈을 위해 마련된 특별 무대. 김용빈은 레전드 미션 때 박현진 기업합병 작곡가의 말처럼 “구불구불한 길, 바른 길, 오르막길 같은 ‘노래의 길’을 알고” 청중을 안내했다. 크리스 영은 김용빈의 감정선에 따라 박자를 조율했다. 마치 수년간 공연하며 호흡을 맞춰온 듯 김용빈의 노래는 건반의 다층적인 화음과 결합해 때로는 시를 낭송하듯 거룩하게, 때로는 카리스마있는 중후함으로 좌중을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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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트롯3 전국투어-서울 공연'에서 '진 스페셜' 코너인 김용빈(오른쪽)과 크리스영의 합동 공연. 경연에서 '조수미 반주자'로 등장했던 크리스 영은 건반 연주로 김용빈이 1대1 데스매치에서 선보였던 패티김 '이별'과 화합했다.


크리스 영의 ‘소원’ 로또복권 이자 김용빈의 ‘바람’이기도 했던 건반과 노래의 합동 무대는 기존 미스터트롯 시리즈는 물론 여느 트로트 공연에서 보기 힘든 연출이었다.



미스터트롯3 콘서트의 '진 스페셜' 김용빈. 이별에 이어 인생곡 '감사'가 이어졌다. /밝은 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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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산호초’에 현란한 골반 댄스…김용빈의 변신
‘미스터트롯3 서울 콘서트’ 무대는 기존 트로트 공연의 틀을 깨는 다양한 시도로 팬들을 들썩였다. 군 복무 중인 남승민을 제외한 김용빈·손빈아·천록담·춘길·최재명·추혁진 등 톱6와 특별 출연으로 유지우(8위·토요 공연)·남궁진(10위)이 나선 이번 콘서트에서 단연 눈길을 끈 건 김용빈의 깜짝 변신이었다.



미스터트롯3 진(眞) 김용빈이 서울 콘서트에서 일본 가수 마쓰다 세이코의 히트곡 ‘푸른 산호초’를 선보이고 있다./밝은 누리


“어릴 때부터 노래를 해서 가수 생활 22년차에 접어드는 요즘이 여러분 덕분에 가장 최고로 행복하다”며 콘서트의 문을 연 김용빈은 톱6의 개인곡 무대가 끝난 뒤, 남색 세일러 카라 디자인의 흰색 상의에 남색 반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일본의 1980년대 아이돌 마쓰다 세이코의 ‘푸른 산호초’ 무대를 연출하기 위해서였다. 김용빈은 중학교 졸업 뒤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을 대표하는 엔카 가수 이쓰키 히로시의 공연 무대에도 섰다. 능숙한 일본어에 풍부한 성량은 기본, 귀 뒤로 넘긴 풍성한 머리칼을 찰랑이며 어깨를 살랑대는 율동에 객석에선 “김용빈 사랑해” 같은 함성이 메아리쳤다.



미스터트롯3 서울 콘서트에서 '푸른 산호초'를 선보인 김용빈 /밝은 누리


경연에선 주로 묵직한 곡을 선보여 상큼 발랄 무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그였지만 공연 중에는 ‘발랄 용빈’이 각오한 듯 내면에서 튀어나왔다. 메들리곡 ‘돌리도’에선 현란한 골반 돌리기를 선보이는가 하면 머리 위로 올리는 커다란 손하트와 손키스를 쉴새 없이 선사하며 방방 날아다녔다.
공연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선사한 김용빈은 이날 멤버들이 달려온 길을 보여주는 듯한 마음을 담아 부른 앵콜곡 조용필의 ‘꿈’에서 눈물을 글썽이면서 “우리들의 꿈은 계속 될 것”이라고 다짐해보이는 모습이었다.
◇톱6 노래 경력 도합 100년… 관록과 내공이 빛난 3시간여



문화/미스터트롯3 콘서트/밝은 누리









<<미스터트롯3 전국투어 콘서트 - 서울> 공연을 마친 톱6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서울을 시작으로 진주, 부산, 대구, 광주 등으로 이어진다. 맨 왼쪽부터 춘길. 최재명. 천록담. 김용빈. 손빈아. 추혁진. (남승민은 군복무중)/촬영=최보윤 기자>
이날 톱 6는 단체곡 사내, 둥지를 시작으로 애인(김용빈) 가버린 사랑(손빈아) 님의 등불(천록담) 등 경연 중 주요 개인곡과 함께 팀전 ‘꿈속의 사랑’(김용빈 손빈아 춘길 추혁진) 무대를 꾸려갔다. 톱 6가 선보인 노래는 총 30여곡으로 3시간 넘는 공연을 하루 2회씩 소화해냈다.
지난 13일 경연이 끝난 뒤 신곡·갈라콘서트·토크콘서트·미스터트롯재팬 특별 무대 공연 등을 소화하며 서울 콘서트를 위한 개인곡·단체곡·메들리 안무 연습 등까지 하느라 멤버 전원이 거의 하루에 2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다는데, 무대 위에선 그런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다.
선 손빈아는 개인곡과 신곡 무대는 물론 경연 중 메들리 미션 팀원이었던 추혁진·남궁진과 함께 ‘우리 집’ ‘자기야’ 등 메들리곡까지 선사하는 등 바쁜 모습이었다. 손빈아는 “등산을 좋아하는데 힘들어도 산을 오르다 보면 시름이 잊힌다”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은 호르몬이 나온다고 하니 함께 즐기며 건강해지자”고 외쳤다.



미스터트롯3 전국투어 콘서트-서울에서 단독곡을 부르고 있는 손빈아/밝은누리





미스터트롯3 콘서트/밝은 누리


서울 콘서트 첫날인 29일 “데뷔 100일 된 신인 가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미 천록담은 “첫 공연도 마지막 공연처럼 다 쏟아부었다. 왜 이제야 트로트 만났는지, 늦게 만난 만큼 더 뜨겁게 사랑해보겠다”며 흥을 돋웠다. 등장부터 객석에서 나타나는 퍼포먼스로 눈길을 끌더니, ‘제3한강교’ 무대는 또 다시 ‘천록담 콘서트’로 변신시켰다.
“생애 첫 콘서트”라고 들뜬 최재명은 트로트 무대에선 ‘신인’이지만 국악 신동으로 무대 경험이 많아서인지, 트로트 신인 답지 않게 현장에서 멘트를 수월하게 이어갔다. 최재명은 “(경연과 콘서트) 모든 것이 처음이라 부족한 게 많은 데 형님들이 잘 이끌어주셔서 이 자리까지 왔다”고 울컥해 했다. 데뷔 20년인 춘길 등 톱 6의 노래 경력만 100년이 넘는다.



미스터트롯3 콘서트의 천록담. R&B 가수 이정으로, 또 과거 예능을 주름잡았던 말솜씨를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 소화와 만담꾼을 넘나드는 전천후 트로트 가수 천록담으로 완벽 변신했다. /밝은 누리


40대 형님들의 ‘전력(前歷)’은 관객을 무대에 몰입하게 했다. 과거 예능 프로그램 고정을 맡는 등 타고난 입담꾼이기도 한 천록담은 이날 스핀오프 예능으로 선보일 ‘사랑의 콜센타-미스터트롯3 톱7’(가제)의 맛뵈기 코너로 마련된 ‘신청곡을 받습니다’에서 팬들의 사연을 마치 라디오쇼처럼 목소리를 변조해 읽어 보이며 웃음을 끌어냈다.
토요 공연에서 춘길은 사연 읽고 ‘신청곡’을 라이브로 부르는 코너를 통해 그룹 플라워의 록발라드 ‘엔들리스’를 부르며 모세로 시작해 춘길로 변신했다가 다시 모세로 돌아가는 ‘1+1 하이브리드형 가수’의 면모를 확인시켰다. ‘형님’들의 사연 읽기 연출법을 쏙쏙 익힌 최재명은 일요 공연에서 국악 신동 답게 관객의 신청곡 ‘쑥대머리’를 즉석에서 뽑아보이기도 했다.



미스터트롯3 콘서트. 티셔츠는 자신의 팬덤 색을 맞춘 것으로 가슴쪽에 톱7 멤버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새겨져 있다. /밝은 누리





미스터트롯3 전국 공연-서울. /밝은누리


추혁진이 지난 24일 기자 간담회장에서 살짝 언급해 팬들의 기대감을 높인 ‘업타운 펑크’는 그와 함께 춘길·천록담이 가세해 펑크·디스코팝 장르도 너끈히 소화해냈다. 경연 중 ‘한국의 브루노 마스’라는 애칭을 얻은 천록담과 로커를 경험했던 춘길, 남승민을 포함한 댄스 퍼포먼스의 강자 추혁진까지 무대를 휘어잡는 모습이었다.
지난 갈라쇼에서 선보였던 신곡은 매 회차별로 돌아가면서 선사한다. 서울 공연의 경우 토요일 낮공연엔 춘길 ‘이리오너라’가, 밤공연에는 김용빈 ‘금수저’와 손빈아의 ‘땡큐’가 이어졌다. 일요일 낮에는 천록담의 ‘동해물과 백두산이’, 밤에는 최재명의 ‘남자이니까’ 추혁진의 ‘칙칙폭폭’을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며 함께 불렀다.



미스터트롯3 전국 콘서트-서울. 톱 6 공연. /밝은 누리





미스터트롯3 전국 콘서트-서울. 톱 6 공연/밝은 누리





미스터트롯3 전국투어 서울 콘서트. 팬들과 함께 찰칵. 3층까지 채우며 객석을 들썩였다. 뒷쪽으로 보이는 통로는 가수들이 무대 뒤에서 입장할 때 등장해 무대 앞으로 이동하는 장소 이용됐다. /밝은 누리


팬들의 환호성이 특히 컸던 무대는 역대 최연소 막내 8세 유지우가 혼자 부른 노래 ‘정녕’이었다.
8위로 경연을 마감한 유지우는 “비록 톱 세븐에 오르진 못했지만 많은 사랑을 주셔서 이런 무대에도 설 수 있게 돼 정말 신기하고 두근두근하다”면서 “앞으로 밥 많이 먹고 삼촌들 열심히 따라다니겠다. 또 무대에 오르고 싶다”며 다음 공연을 기약했다. 남성미 짙은 중저음이 무기인 남궁진 역시 ‘당신꽃’으로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미스터트롯3 콘서트는 서울을 시작으로 진주(4월12·13일), 부산(19·20일), 대구(5월3·4일), 광주(5월10·11일) 등 거의 매 주말 공연이 예정돼 있다.







<미스터트롯3 전국투어 콘서트 - 서울> 특별 게스트 유지우의 공연 참가 소감. 2017년생으로 ‘미트시리즈’ 역대 최연소 참가자이자 최종 8위를 기록했다. /촬영=최보윤 기자







<미스터트롯3 전국투어 콘서트 - 서울> 특별 게스트 남궁진의 공연 참가 소감. /촬영=최보윤 기자







<미스터트롯3 전국투어 콘서트 - 서울> 특별 게스트 남궁진의 공연 참가 소감. 일본에서 가수와 MC 등으로 활약했던 그가 성우·MC 버전으로 공연 소감을 말했다. /촬영=최보윤 기자